디자이너 다리우스 우와 벤슨 청은 별도의 수작업 조립이나 후가공 없이 오직 한 번의 3D 프린팅 공정으로 책을 완성했다. 제목은 매뉴얼(Manual)로, 내지와 제본 부위, 양각으로 새겨진 텍스트까지 모두 한 덩어리의 완성된 오브젝트로 프린팅 베드에서 그대로 찍혀 나왔으며 소재로는 TPU가 사용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디자이너들이 XY-for-Z 프린팅이라 명명한 기술이 적용되는데, 3D 프린터가 페이지를 단순한 표면이 아니라 페이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물리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책의 각 페이지에 인쇄된 텍스트는 다름 아닌 G-code로, 이 코드가 3D 프린터에 내린 기계 제어 명령어인 셈이다.
독자가 볼록하게 솟아오른 글씨 위로 손가락을 문지르는 행위는 결국 책을 만들어낸 기계의 명령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현장에서는 토론토에서 처음 공개되어 디지털 파일을 현장에서 즉석 출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를 스튜디오 다리우스 우가 명명한 ‘복제 가능한 책(Replicable Book, r-book)’의 핵심 전제를 증명했다.
전자책과 달리 r-book은 데이터 안에 콘텐츠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형태까지 모두 담아 전 세계로 파일을 전달해 수신 측에서 곧바로 만질 수 있는 실물 객체로 재현한다. 다만 매뉴얼의 첫 번째 에디션에는 전체 G코드 데이터의 2.5% 유형만 페이지에 인쇄되어 있다.
이는 FFF 방식 3D 프린팅의 한계인 출력 해상도와 물리적 크기 제약 때문이며, 오브젝트가 판독 불가능해지거나 형태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한 페이지에 새길 수 있는 데이터 양에도 기술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세계 어디에서나 파일을 전송해 바로 만들어낸다는 점은 기존과 다른 신기한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제 막 시작된 이 흐름은 디지털 데이터와 물리적 형태의 경계를 새롭게 재정의하는 사례로 남게 된다....